10 여 채의 민가가 선착장 가까이 조개처럼 모여 있는 노도.
그 옛날, 노도를 바라보면 섬을 에워싼 동백나뭇잎에 반사되는 아침햇살로 눈이 부셨다는데 지금은 수령이 오랜 동백나무는 죄 사라져, 서포 김만중의 기념공원으로 가는 오솔길 좌우로 어린 동백과 후박나무들을 심어 놓았단다.
국문소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지었다는 노도의 큰 골. 서포의 초옥은 사라진 지 오래이고 ,지금 그 자리에 김만중 문학관을 짓노라 철골공사가 한창이었다.
멀리 남해바다가 열려있는 산언덕에 오르니 대한(大寒) 아침 바람이 차다.
팔선녀를 희롱하며 누렸던 부귀영화는 한낱 일장춘몽이었다는 내용의 '구운몽'은 유복자로 태어난 자신을 공부시키고 오롯이 키워낸 어머니를 위해 불효자가 바치는 소설이었다.
'사씨남정기'는 인현왕후를 폐위시킨 숙종과 장희빈을 모델로한 가정소설인데 기사사화에 얽혀 절해고도로 위리안치된 자신의 신세를 빗댄 것이기도 하다.
향토사학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문화해설사 김성철씨의 내공에도 불구하고 기념공원이라 꾸며놓은 조형물들을 바라보니 짜장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 인물을 내세워 남해에 유배문학관을 차린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그의 문학정신을 기린답시고 , 옛 거처였다는 자리에 문학관을 세우고 해괴한 조형물로 기념공원이라 야단을 떨고 있으니 , 유치하고 작위적이라 실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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