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여행을 마치며( 피지에서 만난 바다 )

알라스카김 2019. 8. 12. 14:13




 서사모아의 Fagalii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50분 가량 달려  Apia 국제공항에 닿았다.  FiJi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 출국 라운지에서 스낵으로 점심을 때운디.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출국전 날  호텔로 돌아와서 배에 걸치고 다니던 소지품백에서 여권과 항공티켓 사본 뭉치가 사라진 것을 알고 혼비백산했던 순간이 머리를 스쳤다.  

 호텔에 도착한 후 로비에서 메모수첩을 꺼내려고 가방을 열었다가 여권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어디서 잃어버렸을까?  바쁘게 기억을 되돌렸다. 아무래도 호텔로 돌아오던 길에  길가에 핀 예쁜 꽃을 보고 李에게 차를 세우라 한 뒤  급하게 서둘다가 나도 모르는 새 빗물젖은 길가에 떨어뜨린 것이 틀림없었다. 삼등분 된 백의 주머니 중 제일 공간이 넓은 곳에 휴대폰과 수첩과 여권을 넣고 다녔으므로 미지막으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느라 허둥대던 그곳을 지목할 수 밖에 없었다. 집에 들러 오겠다며 떠난 李를 불러 급한 사정을 설명하고 곧장 그곳을 탐색해달라 부탁했다. 다행히 비도 멈추었고  멀지않은 곳이었다.

 여권을 찾지못한다면...아메리칸 사모아의 영사업무는 화아이 영사관 소관이었으므로 여간 낭패가 아니었다. 약 30분이 지났을까,李가 호텔문을  들어섰고. 나는 황급히 그의 손을 주목했다. 그것은 내겐 기적이었다. 놀랍게도 그의 손에 여권이 들려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아이처럼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서 사모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아이의  해맑은 눈망울을 그래서 더욱 잊지 못한다.



 Fiji의 수바에 사는 吳 선장(사진 왼쪽 두번째)은 나에게 출국일자를 이틀만 더 늦추라고 했다. Nadi에서 Suba까지 차로 가는데만 4시간 걸리니 수바에 함께 내려가 충분히 놀다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참치어선 5척을 운영하는 한국회사의  현지소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나는  한가하게 남의 신세만 지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결국 Nadi에서 함께 2박을 하는 것으로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난디는 국제공항의 건물을 크게 새로 지어 주변 거리의 모습조차 10년 전의 옛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수도인 수바까지의 도로 사정상 최근 관광객들의 호텔수요가 급증되고 자연 한국교민들의 이주도 증가되고 있었다.


 吳는 편의상 난디에 있는 교민의 집에서 저녁을  해결할 모양이었다. 吳 와 주인 내외는 천주교 교인이란 인연으로 서로 형제처럼 가까이 지내게 된 사이였다. 나를 중간으로 둘러싼 남녀가 주인내외다.  남자(金)는 부산 토백이었고 여자는 나와 같은 고향사람( 거제 오수. 임미숙)이어서 감회가 특별했다.  金은 지금  난디에 호텔을 짓고 있다고 했는데, 그가 뜻밖에 나를 호텔 개엽식 주빈으로 초대하겠단다.  내가 피지에 다시 와야할 이유가 생긴 셈이어서,흔쾌히 그러마고 답했다.

 몸집이 좋은 이 집 두째 아들은 장차 아버지 일을 도와 호텔경영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그 아들이 내가 사모아 가는 길에 공항에서 잠깐 그의 어머니를 통해 전한  홍어회 10팩 과 책 '바다의 끝' 을 들먹이며,내가 최근 읽은 한국책들중 작가님 책이 제일 재밌는 것이었다며 예의를 갖추었다. 吳가 그 책에 나오는 '수바의 동쪽'이란 작품의 주인공이자 실제 모델이었으므로 그의 느낌이 특별했을 것이다.

 이날의 주 메뉴는 싱싱한 참치회와 홍어삼합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술이 달아,  모두가 서로의 잔을 채우며 안녕과 행복을 거듭 빌었다.







 

난디에서 택시를 타고 수바쪽으로 50여 분을 달려  간 숙소는 Natadola beach에 있는 인터콘티넨탈 호텔이었다. 툭 트인 넓은 바다와 낮은 언덕위로 골프장이 있어 휴양지로는 손색이 없는 가히 천국의 해변이었다.

선선한 바람과 20도 내외의 수온. 하루 종일 吳와 나는 바닷가에서 아이처럼 놀았다. 살이 많이 빠져 하체가 마른 나뭇가지였지만 나는  태평양의 물결을 만끽하며 바다와 오래도록 밀애를 나누었다. 짧았지만 그것은 내 생애 처음으로 맛본 감격적인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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