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己亥年-秋夕(손녀들)

알라스카김 2019. 9. 19. 11:10



             김사랑(2008.12.9 생) 초등학교 5학년. 첫 손녀다.

   병원애서  아기를 처음 보았을 때의 기분은 특별한 기억이 없다. 내가 벌써 할아버지가 되었다는  자각과 함께 대를 이은 내 핏줄이란  생각 정도였을 것이다.

  이름을 지을 때 '하나님은 사랑'이란  성경구절(요1:4,8)이 떠올랐다. 그래서 돍잔치 때 ' 이 세상 사는 동안 열심히 사랑하고,또한 사랑받으라.'라고  기도해준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피아노를 배워 학생예배때 찬송가 반주도 하고, 교내 독후감 발표에선 우수상도 받았다고 한다. 벌써 소녀티가 나는 ,얼굴은 외탁이지만 커갈수록 예쁜 손녀다. 멈추지 않고 먼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이다. 




   김예랑(2010.05.29 생) .초등학교 3학년. 둘째 손녀다.

 4년 전인가? ,내 손을 잡으며 '담배 피우지 마세요,건강하고 오래 사셔야죠,할아버지!'라고 속삭이던  아이였다. 모두 이구동성 아버지 얼굴을 빼닮았다고 하지만, 난 아이의 그 한 마디에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였다. 혈연이 주는 감동은 닮은 얼굴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다.

 나이에 비해 그림솜씨가 빼어나다. 재주가 엿보여 훗날이 기대된다. 과연 내가 '예수님의 자랑'이 되거라 해서 지어준 이름값을 할런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희망을 놓치지 않고 후원하고

잘 되라 기도하는 것은 단연 어른들의 몫일게다.




    김예음(2011.07.10 생)  초등학교 2학년.셋째 손녀다.

  머슴아인 줄 알았다가 낳고 보니 가시내였다. 옛날이면 섭섭이란 이름을 지었겠지만, 할아버지가 작명권을 포기하고  공모에 붙인 결과 '예수님의 음성'이란 뜻의 삼촌 작품이 뽑힌 아이다.

  셋째딸은 집안의 재산이라는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매사 씩씩하고 활달하다.

 무슨 일이든 제 일인 양  간섭하고 독차지 하고 열심으로 덤벼들어 위의 언니들을 압도하기 일쑤다.  그래서 손녀들에게 하나씩 건넨 손편지에 이 아이에겐 이렇게 썼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예음이가 크면 내게 효도를 젤 잘할 것이라 믿는다.'

  네 꿈이 뭐냐고 물으니, 장차 훌륭한 작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당돌하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벌써 2편의 동화를 만들어 컴퓨터에 저장했단다. '동전을 훔친 할머니'란 동화를 구술하는데,듣자하니 상상력이 어른 빰친다. 나무야 자라거라 무럭무럭 .하늘 높이 자라거라.    


 손녀들이 각각 이러하니, 애먼 손자가 그립다고 먼 하늘을 바라보던 버릇이 없어진 지도 오래다. 그래서 올 추석엔 한 놈씩 꼬옥 보듬고 사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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