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의 툭산품으로 은갈치,삼치,해풍쑥을 꼽는다. 해풍쑥은 육지산 보다 줄기가 가늘고 잎사귀도 작고 향도 부드러웠다.
선창가에서 육지로 팔려나가는 해풍쑥을 보았고 아침식당에선 쑥국을 먹었는데,섬마을 행복걷기 사업단장인 정은채 교수께서, 거문도를 떠나는 일행들에게 쑥개떡 한 봉지씩을 기념으로 안긴다. 그때 나는 ,봄이 오면 간식으로, 내 어릴 적 밀가루를 묻혀 쪄낸 어머니의 쑥버무리가 생각났다.
거문도 하면 제 일로 백도를 보고 와야 된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튿날로 예정했던 백도 관광은 불발이 되고 말았다. 코로나 19 여파로 관광객이 없어져, 최소한 20 명 이상이 되어야 배를 띄운다는 유람선이 고작 13명인 우리 일행으론 배를 띄울 수 없다는 얘기였다. 동쪽으로 28km 떨어진 상.하백도를 돌아오는 유람은 1시간 남짓 . 인당 25,000원 선임으로는 기름값도 되지않는다는 계산이었다.
파도와 해풍에 씻긴 하얀 바위섬들인 백도(白島). 관광안내소 벽에 붙은 사진으로는 왠지 억울하여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선창가에 몰려 있는 어촌의 뒷골목은 1970년대의 재래식(?) 풍경이다. 삶의 공간에 대한 문화적 배려가
철저히 무시된, 먹고 살기에 급급하고 막막했던 시절의 초라한 낭만이 등을 켜고 어두움을 밝히고 있었다.
땅이 좁은 나라이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도 행인들의 공간(관광동선)을 보다 넓히고, 시각적 아름다움을 고려한 가옥들의 재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문도만이 갖는 몇 몇 귀중한 역사와 주위의 뛰어난 자연풍광은 가히 세계적이라 해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고도(거문도)와 백도만으로 거문도를 다 알았다고 하면 큰 오산이다. 거문도의 8경과 자연 생태계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3박 4일의 여행계획을 세웠으면 싶다.
트레킹 코스가 있다는 서도로 넘어 가서 북쪽의 이금포 해수욕장에서 모래밭과 남해 바다를 몸으로 체험한 후, 서도의 끝 녹산등대에서 낙조를 바라보는 기분은 어떠할까?
개인적으론 장촌의 뱃노래 전수관에 이르는 이곡명사(梨谷明沙: 배나무골의 하얀 모래사장)를 꼭 한 번 맨 발로 걸어보고 싶다.
서도의 이모저모를 돌아본 후 거문대교를 넘어 동도에 이르면 가두리 양식장과 해안선의 절경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매우 쏠쏠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1박2일의 여행이 너무 아쉬워 다시 오고 싶은 섬이다.
- 힌칭훈 작가님, 좋른 이침입니다. 백도관광 불발로 10시 배로 떠납니다. 함께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 많이 아쉽네요.건필을 빕니다.(오전 8시 20분)
-예, 김선생님. 문자를 이제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요(오후 12시 28분)
오전 10시에 간다는 배가, 바다에 풍랑이 인다고 기다리라더니, 무작정 오후 12시 30분에 이안(離岸)했다. 둘 다 미리 알았더라면 잠깐 얼굴이라도 보자고 했을 것이다. 거문도에서, 섬과 바다는 그리움 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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