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7일. 마스크를 쓰고 어데라도 갑시다. P군이 코로나 19 사태로 화사를 논다며 바람을 넣었다.
그래서 소문으로 듣던 순천 낙안면의 돌탑공원을 찾았다. 그림이 남대문이라고 세운 돌탑이다. 벽돌도 아닌, 너덜이라고 하는 산에서 주운 작고 납작한 돌을 수없이 쌓아 만든 건물이다. 최병수(74세)씨가 匠人이란
별칭을 얻은 솜씨라 일견 놀랍다.
15년 전, 벌교읍내 옷가게를 하면서 사놓은 700평의 땅에 매실농사를 지으려다가 누군가 그 땅에 버려둔 돌 무더기를 보고 울타리 삼아 돌탑을 쌓아보자고 시작한 일이 지금은 돌탑공원이 되었단다. 남녀 입상에는 친절하게도 성기까지 묘사해 놓았다.
꿈에 산신령이 몇 차례 나타나, 돌탑 쌓는 일을 쉬지말라고 당부하는 바람에 돌을 구하러 10년 남짓 전라도 땅을 다 뒤졌다고 한다. 땅이 좁아 돌탑을 더 이상 세울 수도 없고 구경꾼들이 앚아서 쉴만한 벤치도 없다. 순전히 개인 전시장이다. 그래도 입장료가 아무나 3천 원이면 비싸다.
돌탑을 이젠 어디 옮길 수도 없으니 관람객들이 넉넉한 마음으로 작품들을 감상하며 노닐 공간은 앞으로도 결코 못될 것이다. 하다 보니 어떻게 그렇게 되었다는 말이겠다. 그래서 崔 匠人이나 토요일 무료했던 나나 심심파적은 쌤쌤이다.
남대문 건물을 앞뒤로 살펴본다. 누군가 어느 삼류 소설가에게' 예술적 가치가 떨어진다'라고 지적하자, 대뜸 그럼 네가 함 써보라고 일갈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 한 번 쭉 둘러보고 5분 만에 나오니 아쉽고 허전하다. 낙안읍성 앞 식당에서 미리 꼬막정식으로 점심을 한 일조차 후회스럽다.
허전한 것은 P부부도 마찬가지였다. 돌아오는 길에 서로 속이나 비우자고 벌교개펄을 찾았다.
바다가 멀어 마침 그리움은 덜했는데, 웬걸 생뜽맞게 외로움이 찾아든다. 봉사단체에서 마스크를 만든다고 그 일로 이날 아내가 빠져 그런 것이 아니다. 휑한 갈대숲 사이로 불어오는 나른한 서풍과 적막한 물길. 속이 비어서 더욱 그랬다.
일제시대에 만든 방죽길을 따라 혼자 허적이며 누군가의 따뜻한 손을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 꿀떡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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