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상고함 어머니 , 요즈음은 어떻게 지내세요. 양지바른 풀밭에 나앉아 해바래기라도 하시는지요. 당신이 가꾸시던 우리집 꽃밭에도 꽃나무들이 저마다 설레이는 가슴을 주체하지못해 난리가 난듯 합니다. 수국은 가지를 한껏 뻗혀 잎사귀들이 무성하고 아롱아롱 꽃술이 맺힌 채 개화를 기다리고.. 산문 2008.09.24
군사우편(3) 김한빛 상병에게 아들아, 어제가 네 생일이었구나. 몸 건강히 여전 잘 지내리라 믿는다. 지난 휴가 때 들고간 체 게바라 평전은 잘 읽었는가? 혁명에 대한 열정과 신념 하나로 제도와 인습을 벗어 던지며 짧은 생애를 나그네처럼 홀연히 살다 간 그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어제는 퇴근 길.. 산문 2008.09.24
군사우편(1) 김한빛 일병에게 빛이 보아라. 네가 보낸 군사우편을 받고도 차일피일 답장이 늦었구나. 군생활로 이것저것 체험하며 새로운 세상경험을 하고,그에 잘 적응해나가는 네모습을 그리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한편으론 자랑스럽기도 하다. 군대란 성장기 청년들이 집을 떠나는 첫경험이고,낙.. 산문 2008.09.24
군사우편(4) 김한빛 병장에게. 네가 보낸 장문의 편지를 받고 아버지는 향긋한 복분자 술 한 잔을 음미하는듯 했다.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에 걸맞게 네 글도 완숙미가 넘치고 정신도 일취월장한듯 하여 새삼 국방부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일더구나.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해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보낸다니 곧 .. 산문 2008.09.24
봄이 오는 소리(1) 그저께의 날씨는 음산했다. 퇴근 무렵에는 속옷을 파고드는 바람이 괘씸하여 술을 마셨다. 어제는 두꺼운 점퍼에 영국제 녹색모자를 눌러쓰고 나섰다. 비가 드문드문 내렸고 하늘이 종일 우중충 하여 퇴근 길에 또 술을 마셨다. 3월이 되자말자 애타게 기다렸던 손님이 매양 미적거리자 화가 났고 심.. 산문 2008.09.24
봄이 오는 소리(2) 동대신동 지하철 역에서 내려 동대신동 재래시장 쪽으로 통하는 출구를 걸어나오다 오른편 모퉁이에 몇 그루 키 큰 나무가 심어져 있길래 눈길을 주다 나는 뜻밖의 화신(花信)을 만나 기뻤다. 목련나무의 촘촘한 가지 가지 사이로 순백의 꽃잎이 봉우리를 지어 주절이 주절이 돋아나 있었던 것이다. .. 산문 2008.09.24
봄이 오는 소리(4) 오늘 드디어 봄이 본색을 드러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얇은 옷차림으로 마당에 나가 화단을 살폈다. 동백꽃은 모두 앙다물었던 입술을 내밀고 환희를 토하기 직전의 절정에 다다렀다. 함박꽃은 키가 불쑥 자라 시집을 보내도 될만큼 조숙한 소녀를 보듯 하다. 노란색 수선화는 벌써 네 송이 잎을 열었.. 산문 2008.09.24
봄 봄이 오면 남쪽바다로 가 보세요. 혹 거제시 동부면 학동리에 가시거든... 여양麗陽 진 陳 씨 진학봉陳鶴奉을 찾아 봄바다에서 갓 건져올린 숭어와 서실과 개시기와 사생이 나물과 노가지수액을 물어보세요. 학동재 고개마루 송이버섯으로 자라나는 진숙년陳淑年을 사랑하는 김 거시기가 그러더라고 .. 시 2008.09.24
꽃밭에서 매일 아침 일어나면 마당으로 나가 꽃밭을 지켜보고 서서 꽃망울이 터지는 순간을 기다린다. 홍자색(紅紫色) 수국은 만개하여 곧 낙화를 기다린다. 옆으로 가지를 펼치고 위로도 키가 치솟아 꽃밭이 제세상인양 울창하여 해마다 가을에 가위로 전지를 해도 봄과 여름 동안 늘 왕자행세를 한다. 수국의.. 산문 2008.09.24
봄이 오는 소리(3) 어제 종일 비가 내렸다. 주룩주룩 내리는 폼이 영락없는 봄비였다. 누구랴, 이미 성큼 다가온 이 봄을 부인할 사람이 . 예수가 부활한 사건이 이 이른 봄이었다니 묘妙한 일이다.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교회에서 부활주일을 찬양했다. 눈이 멀어 악보를 잘 읽지 못하는데도 성가대의 테너자리에 연연.. 산문 2008.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