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비는 오락가락 하늘은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처럼 흉악했는데 중부지역을 초토화시킨 오랑캐들이 남부전선으로 이동한다는 얘기가 어제였는데 포성은 먼산너머로 우르렁거리고 물러서면 바다뿐인데 TV 아홉시 뉴스시간을 보자하니 가옥이 침수되고 인명이 매몰되고 송아지가 떠내려가고 개발논리.. 시 2008.09.24
秋菊有情 아침저녁으로 마당을 점령한 꽃들을 보노라면 마음에 측은지심이 격동한다. 꽃봉우리의 가장자리가 이제 마악 트실해지기 시작한 것은 국화무리이고 절반쯤 개화한 것은 금잔화이다.밑둥부터 가지가 기굴한 분꽃은 진즉부터 피고지기를 거듭하고 있다.집 뒤란의 손바닥만한 텃밭에서는 상추,쑥갓,.. 산문 2008.09.24
12월의 기도 봄여름 가을을 돌아 햇살은 여위어져가고 주여! 다시 겨울이 왔습니다 더는 어쩔 수 없어 떨어지는 낙엽처럼 어둔 영혼에 켜켜이 쌓이는 헛되고 헛된 욕심의 그림자 아직도 난 거짓과 탐욕과 죄악의 벌판을 배회하는 주린 사자일 뿐입니다 비워내어도 아무리 비워내어도 마음속 탁류의 소용돌이 엎어.. 시 2008.09.24
산다는 것이 다만 하루라도 분꽃들이 흐드러진 마당에 참새떼들이 내려 앉는다. 아내가 뿌려놓은 곡식들을 먹겠다고 먼 길을 찾아온 진객이다. 조심성 많은 이놈들은 바스락 소리만 나도 지구를 뜬다. 아주 갔나 싶었는데 전깃줄에 오소소 앉았다. 나는 숨을 죽이고, 다른 소리도 영 숨을 안 쉬자 다시 포로롱 내려와 모이를 쫀다.. 시 2008.09.24
인도에서 온 편지(소설집) 해양소설 ―― ―― 김부상 프롤로그 나를 낳고 키운 것은 싱싱한 남해바다와 그 바다의 자식인 바람이었다. 그 날 높새바람이 불어 바다에는 온 종일 하얀 웃음소리가 났다 했다. 메일스트롬(Malestrom) 같은 자궁 속에서 부서진 조류의 파편들이 소용돌이치며 울부짖으며 세상 밖으로 나를.. 소설 2008.09.24
귀부인 귀부인(貴婦人) 출신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이름이 왜 귀부인인지... 해가 기울고 어둠이 땅에 뿌리를 내리자 깊고 깊은 비밀의 베일 시나브로 펼치며 수 억 광년 하늘 저 편 두고 온 님을 향해 꽃은 천천히 천천히 백옥의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직 하룻밤을 위해 일 년을 견뎌 온 절정(絶頂)의 사랑 .. 시 2008.09.24
My Way(이완식 수기) 책머리에 라스팔마스에서 귀국하여 기대를 가지고 시작한 북한과 수산물사업이 실패로 끝나므로 쓰라린 좌절을 겪었으며, 어느 날 우연히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생업을 전환하였다. 원양어선의 승선을 시작으로 35여년을 원양어업 분야에 매진하다가 전혀 생소한 업종에 뛰어들어 처음에는 어색하고 .. 비망록 2008.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