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풍류를 찾아서-3

알라스카김 2019. 9. 2. 20:50




 화도의 팬션에서 맞은 첫날 밤이다.

목포에서 달려온 최기종 시인,순천만의 고택원장  문창훈, 아동문학가이자 고흥 초등학교 교감이신 이승룡선생,광주에서 오신 여성소설가 이원화,그녀와 함께 온 임미나 씨와 이름모를  여자 한 명 등은 내겐 다 초면이었다.

  한 가득 방을 채운 사람은 14명인가  싶다. 이름하여 전남풍류문인회가 되었다. 

벽에 붙은 붓글씨는 명필이신 정형남 선생님의 작품이다.

이외에도 선생님은 초서체로 휘날린 짧은 싯귀를 여러 장 준비하여 손님들을 즐겁게 해 주셨다.


평론가 이창훈 선생이 밝힌 모임의 제목이 ' 여수여고 김칠선 선생 정년퇴임' 축하연이었다.

주인공인 김칠선 시인은 풍류패의 회장이기도 해서 겸사로 만든 축하연이었다.

자기보다 연상이라고 내게 축사를 권했다.


 총무인 한광현 작가가 며칠 전 전화로 노래 한 곡을 준비해달라고 해서

고등학교 때 배운 '수선화(김동명 작시/김동진 작곡)'를 불러야겠다고 맘먹고

금요일 반 나절,무려 4시간 동안 녹슨 목을 털고 딱고 그랬다. 곁을 오가던 아내가 무심코 말했다.

옛날 그 좋던 목소리가 다 어데 갔어요?

다-아 , 수-울 담배때문인기라.쯔쯧.


 70년대 말쯤 시작하여 근 40 여 년 동안 교직을 지킨 외곬수 인생이 놀랍고도 부러웠다.

피가 끓는 젊은이들에겐 ,7-80 년대는  부와 출세를 위한 노다지 같은 시간이었다.

그 때 선생월급이 적다고 교사를 관두고 서울 종로학원 강사를 택했던 한 친구는

지금, 서울 변두리 어느 요양원의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정년퇴직은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성실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임에 틀림없다.

덤으로 북치고 장구치고 '사철가'같은 창(옛노래)까지 즐기는 노신사가 아닌가. 

그런 취지로 축사를 마치자 건배사까지 해 달란다.

노래를 못부르더라도 할 수 없다.

내가 ' 정직하고 성실하자'로 외치면

여러분들은 '만세-'해 주세요.


 내가 가지고 간 홍어회와,화도 촌장이 마련한 문어숙회가 상전 대접을 받는다.  

화도의 밤은 밤대로,풍류패의  술판은 술판대로

그렇게 삼삼오오 익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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