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나주 금안동-2

알라스카김 2022. 3. 3. 11:51

 홍각희 해설사가 다음으로 안내한 곳은 금안관 바로 뒷 모퉁이에 자리잡은 그의 서재였다.

약 100여 평의 땅에 콘테이너 박스로 만든 허술한 창고 건물인데  겉과 달리 속은  종합예술가인 금동(錦桐)

홍각희씨의 비단 같은 속살을 품고 있었다. 비로소 나는 그가 하루에 25시간을 사는 진인(眞人)임을 알게 되었다.

  나보다 한 살 위 용띠인 그는 사철가나 돈타령을 흥얼거리며 시를 쓰는 풍류객을 뛰어넘어  남자로서 못하는 오락이 없는 현대판 한량이었다. 이제껏 소설가를 꿈꾸며 한 우물만 파고 있는 나를 조롱하듯 그는 이미 열 가지 우물을 판 인간문화재거나 그도 아니라면 기인(奇人) 그 자체였다.

 

  30년 전에 지인으로부터 40만원을 주고 샀다는 거북이 바둑판. 팽나무로 만들었고 바둑알은 조개로 다듬은 것이라 한다. 아마바둑 3급인 나는 바둑판을 보자마자 침을 꿀떡 삼켰다.

 서재에 꽃힌 장서만 무려 8천권 정도라 한다. 후일 신숙주 선생 생가가 복원되면 기념관 도서로 모두 기증할 것이라고 했다. 동네 아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치던 시절, 그의 서재는 신숙주의 호를 딴 '보한재학당'이었다. 아동용 만화책 같은잡서들을 빼고도 쓸만한 고문서들의 분량이 얼추 수천 권은 될 터였다.

 

   인물 뒷 편에 나열된 액자들은 쌍계정에 걸린 편액들을 찍은 것인데 대부분 그가 손수 만든 번역문이 달려 있었다. 

그래서인지 허술한 컨테이너 박스 안인데도 귀한 난향이 물씬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한재학당을 나오면서   '나는 누에고치다'란 제목의 그의 시집 한 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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