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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장터 백반

점점 사라져 가는 전라도 음식에 대한 향수를 달래기 위해 왕곡면에서 무안군 일로읍을 향해 달려갔다. 왕곡 등대교회 주말 청소를 하러온 집사 두명과 함께였다. 가이드는 음식 매니어인 정영채 집사였다. 목적지는 일로읍 시장골목에 있다는 일로식당. 백반만 파는 식당을 택한 것은 해산물을 전혀 먹지 못한다는 불편한 인생, 나종삼 집사 때문이었다. 작은 접시에 담아낸 반찬의 가지 수만 20 개. 접시로 나뉘어져 종류대로 취사선택이 용이할 것이란 추측이 적중한 셈이다. 반찬 중 상전은 조기매운탕과 고등어 구이였지만 나 집사에겐 애외였다. 쟁반에 얹혀진 젓가락 옆 접시엔 간장에 숙성시킨 건은색 돌게 한 마리다. 일인 분 9천원 밥값에, 나 집사는 3천원 어치만 먹었지만 전혀 억울해 하지 않았다..

산문 2022.07.30

나라 걱정

요즘 뉴스를 통해 정치판을 듣고 있노라니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선다. 조국사태를 지켜본 전 정권이 현역 검찰총장의 옷을 벗기려고 거대 여당의 힘을 믿고 생난리를 치던 시절, 이에 맞서 정의와 공정의 기치를 들고 분연히 싸우던 윤석열이 드디어 지난 대선에서 일약 새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거대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졸지에 야당으로 전락하며 잇따른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다. 국민들은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과 내로남불을 선거를 통해 심판한 것이라 다들 믿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주체들이 이구동성 내뱉은 자기반성은 말 뿐이고, 되려 입있는 자들은 새 정권에 대한 혐오와 시샘과 조롱을 마치 사춘기 소녀들처럼 앞다투어 분출하기 시작했다. 새 대통령의 업무가 시작된 지 100여 일. 새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여..

카테고리 없음 2022.07.15

고양이 가족

고양이 가족이라는 제목이 스스로 낯설다. 이들 한 무리가 서로 가족인지, 저들이 내 가족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6개월 전 쯤부터 아침 저녁으로 현관에 몰려와 밥 달라 울어대는 바람에 읍내 슈퍼에서 사료를 사 먹이기를 시작했다. 저들의 잠자리는 이웃의 폐가다. 처음엔 내요량으로 서로 무리지어 동네를 싸돌며 먹이사냥을 하거나 동냥질을 하겠거니 생각했다. 내 집 마당을 가로지르거나 한 뼘만한 채전밭에 출몰하는 것을 두고 저들의 일상적인 통행 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밥을 주기 시작하면서 저들이 어느덧 내 일상속으로 스며들고 말았다. 어른 5-6마리,새끼 5-6마리 . 꽃을 사랑하는 아내는 이 놈들이 꽃무더기에 숨어들어 땅을 파헤치는 배설행위를 용납하지 못한다. 아이도 없는 집에 간혹 고함소리가 터지는 ..

산문 2022.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