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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농원-1

지난 6월 12일. 보성군 노동면 소재 '씨알농원'에 풍류당이 모였다. 코로나 19의 횡포로 1년 넘게 공식 모임을 자제한 끝에 공기 맑은 산속으로 우리를 부른 것은 두 시인의 시집출판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4만 여 평의 야산을 수목원과 차밭 등으로 가꾼 농원의 주인은 40년 이상 이곳 노동면에서 농사일에 투신해온 농민운동가 최영추 (70세)씨였다. 나이를 따져보니 그가 형님이었다. 그의 일생이 내겐 형님 그 자체였다. 수목원을 이루는 1,000 여 그루의 樹種 중 절반 이상이 바람에 날려온 야생종이란다. 산수국의 소박하면서도 청초한 잎사귀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 옆에선 산목련도 여태 하얀 잎사귀들을 품고 있었다. 곧 완성될 다시면의 내 집터에 이 목련과 수국을 한 그루씩 옮겨 심어야겠다고 속으로 욕심..

산문 2021.07.05

나주 배

노안면에 자리한 시니어 클럽 마당을 걷자하니, 이웃한 경계에 배밭이 있다. 어제 새벽 4시 30분 경 새벽기도를 하러 집을 나서는데 웬 아주머니 한 분이 아파트 입구를 바삐 나섰다. 머리에 모자를 쓰고 옷은 어디 일하러 가는 모양새다. 아내가 물으니, 대뜸 배 싸러 간다고 했다. 아- 그래서 배 농장을 하는 李 장로님이 요 며칠 새벽기도를 걸르셨구나. 지난 4월 하얀 배꽃이 피었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작은 열매가 달렸으니 종이로 배를 싸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리라. 봉지 하나에 몇 백원, 손이 빠른 여인은 하루 15만원을 번다고 했다. 배 싸는 일은 새벽부터 점심나절까지란다. 가지의 높은 곳엔 손이 닿지 않아 옷을 못입은 열매들이 울상인 채 달려 있다. 그러므로 나주 천지 흐드러진 배밭들, 가지치기 작업도 ..

산문 2021.05.30

최부(崔溥)선생의 묘, 그 뒷 이야기

내 블로그의 금남 최부의 묘란 글을 읽고 ,광주에 계시는 이한규 선생(들꽃 도사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최부 선생에 관한 영상을 제작하려고 하니, 5월 26일 최부선생의 묘에 함께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영상녹화를 위해 올해 82세 청년 윤병훼 선생님이 직접 차를 운전해 이 선생과 함께 오셨다. 윤 선생님은 디지털 편집기사 1급 자격증을 지니신 분이었다. 퇴직 후 노년을 아름다운 일을 위해 투자하는 그들이 부러워 나는 참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최부의 묘는 처가인 해남에서, 그의 부친인 진사(進士) 택(擇)의 무안군 몽탄면 이산리 묘터로 이장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부친의 묘터는 중국에서 국위를 선양한 최부의 공을 가상히 여긴 성종이 나라의 풍수가를 보내 정한 명당이다. 성지파(聖智派)..

산문 2021.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