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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목산방(槻木山房)

지난해 8월말에 완공된 나의 누옥(陋屋)에 이름을 짓고 문패를 단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집 뒤로 우거진 물푸레나무는 500년이 지난 시 지정 보호수다. 지난 가을, 2층 발코니에,매일 무수한 낙엽을 쏟아부어 나를 곤혹스럽게 했지만,낙엽을 쓸고 치우는 노동의 즐거움도 그에 못지 않았다. 집터를 이곳에 구한 것이 바로 저 느티나무 때문이었기에,낙엽을 머리에 둘러쓰는 일은 어쩌면 당연했다. 옥호를 처음엔 '느티나무집'이라 지으려고 했지만,왠지 부산 등지에서 자주 찾았던 보신탕집이 연상되어 語山齎 정형남 선생님의 친필로 하사받은 '규목산방'으로 정했다. 집 뒤가 야트막한 산이고 농부가 아닌 백수 글쟁이니, 山房이란 말도 느티나무를 일컫는 槻木과 잘 어울린다 싶었다. 문패를 달고 나니 왠지 어깨가 무거웠다. 문..

산문 2022.01.05

새집에 온 손녀들

21.12. 18(토) 개최되는 장로임직식을 축하하기 위해, 울산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는 큰 아들 식구들이 밤길 눈보라를 헤치고 달려왔다. 길이 미끄러워 엉금엉금 기어서 자정이 다 되어서야 나주 다시면 신석리의 올해 새로 지은 나의 누옥에 당도했다. 눈물겹도록 보고싶었던 내 손녀들, 멀리 강너머 죽산교를 등지고, 2층 발코니에서 사진을 남겼다. 교회 일을 하느라 주말 여행이 어렵고, 또 길이 멀어 일년에 겨우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귀한 손님인지라 늘 그립고 안타까운 내 핏줄들이다.

산문 2022.01.04

영산강 발원지 용소( 龍沼)

21. 11. 28. 영산강의 발원지로 국토부에서 공식 지정된 담양군 가마골의 생태공원에 있는 용소를 찾았다. 계곡을 따라 전개되는 접근로가 인적이 드물어서 그런지 기가 막혔다. 아베크족들이 걸었다면 천국이 부럽지 않을 것 같았다. 용추계곡은 용이 피를 토하고 죽었다는 '피잣골'로도 불린다. 영산강의 발원지로 자주 거론되었던 광주 황룡강이나 이와 합수되는 극락강(송정리 비행장 남쪽)이 담양군 용추계곡의 용소에 밀린 것은,개천이 섭렵하는 유역이 길고 방대하기 때문이다. 내친 김에 , 담양군 대전면 등 3개 면을 아우르는 하천습지 또한 강 상류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습지보호구역이므로 찾아 가볼만 한 곳이다.

산문 2022.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