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둘째 아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사연인즉 김포시에 있는 새 아파트를 구해 오늘 매매계약을 하러 가게 되었다는 말이다. 집값의 7할이 은행빚이라고 한다. 아들은 81년 생, 한국 나이로 마흔이고 지난 해 3월 띠동갑 어린 신부를 얻은 기혼남이다. 비록 빚을 업고 샀다고 해도, 아들이 스스로 새 집을 장만한 것은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20여 년 전 IMF사태로 쓰러진 뒤로 여태껏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는 아비였다. 아들의 결혼식때 아비로서 한 일이라곤 손수 쓴 아들결혼축사를 읽어준 것이 고작이었다. 아들이 회사 근처 15평 남짓한 독신자용 아파트에서 신혼을 꾸밀 때에도 측은지심에 마음이 아파, 어서 빨리 손자를 낳아 품에 안겨 달라는 얘기는 아예 입 밖에도 꺼내지 못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