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211

신독(愼獨)

신독(愼獨)과 행불괴영(行不愧影) - 박원순 시장(1955.2.11.-2020.7.9.)의 자살소식을 접하고. 10일 오전 0시 경 서울 북악산 야산(숙정문과 삼청각 사이 성곽길)에서 그는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실종신고후 7시간 만이다. 경찰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는데 음독인지 투신자살인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부검도 없이 사체를 유족에게 인계했다고 한다. 사인에 대한 사실 확인에 굶주린 기자들에게 경찰은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위해 구체적으로 답할 수 없다며 말을 삼갔다. 나는 고인과 유족의 명예란 말에 불쑥 화가 치밀었다. 박 시장의 실종신고 속보와 함께( 9일 오후 5시 무렵) , 전직 여비서가 박 시장을 상대로 성추행 고발장을 내고(8일 오후) 당일로 고소인 조사를 밤늦도..

산문 2020.07.11

무료한 날의 생각들

1. 가끔, 무료한 시간이면 어디서건 믹스커피를 타 마신다. 믹스커피 스틱을 열어 물 컵에 털어 넣고 데워진 물을 부은 뒤 찢어진 스틱 주둥이를 밑으로 넣어 커피를 섞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누군가 그런 나를 보고 그러지 말고 스틱을 거꾸로 해서 저어라 했다. 이윤즉, 스틱 속에 납 같은 유해성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와 같은 당뇨병을 앓는 사람이다. 나와 달리 그는 중국산 차를 마시거나 원두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다. 교회목사인 그가 최근 조울증이 도져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제각각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을 신념처럼 고집하지만, 정작 자신의 영혼을 다스리는 일에는 먼 바다에서 표류하는 배처럼 그저 막연하고 속수무책이다. 나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2. 배우 신성일( 본명 강신영. 1937..

산문 2020.06.26

6월의 기도

존귀하신 하나님 아버지, 악을 행하는 자들 때문에 불평하지 말지어다. 불의를 행하는 자들을 시기하지 말지어다. 그들은 풀과 같이 속히 베임을 당할 것이며 푸른 채소같이 쇠잔할 것임이라. 다윗의 시편 말씀을 상고하며, 지난 한 주간의 삶을 이 시간 되돌아 봅니다. 뉴스를 통해 쏟아지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소식에 끊임없이 낙담하였고, 세상 사람들의 갖가지 불의한 일에 분노하고 절망했으며, 삶의 터전에서도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되어지지 않음을 불평하며 마음 아파했습니다. 이 모든 것, 사랑이신 하나님의 길에서 벗어난 자의 죄였음을 고백합니다. 주여,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우리의 참 생명 되시는 하나님 아버지, 저희들의 삶이 언제나 기쁨으로 충만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산문 2020.06.14

요즘세상(20. 05.27)

윤미향과 이해찬 민주당의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정의연의 대표 윤미향과 그녀를 고발한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요즘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TV를 끄고 싶어도 안타까워 이 말 저 말 다 듣고 만다. 사건의 본질을 요약하면, 일제시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피해를 보상하려고 출발한 시민사회단체(정대협,정의연)가 세월이 흐를수록 피해자중심이 아닌 단체중심의 사업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면서 저지른 회계부정(국가지원금및 기부금 누락)이나 피해자인 할머니들을 앵벌이 수준으로 전락시키면서 야기된 갈등이다. 나는 이 사태에 대해 판관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윤미향이 소속된 민주당의 반응에 대해 한 마디 하고자 한다. 문민정부가 출범한 지 30년이 지났건만 정치판에는 여야 가리지 않고 아직도 정신 빠진 자들이 ..

산문 2020.05.27

시골 집 마당

위는 마당 밖 담모퉁이에 선 떫은 감나무,아래는 집 마당에서 자라는 단감나무다. 차이는 당연히 가을에 열릴 열매로 알겠지만,나무 잎사귀의 질감이 우선 달랐다. 단감나무는 엷은 녹색으로 부드럽고 문밖의 떫은 나뭇잎은 진초록으로 여물다. 좋고 싫음,선과 악. 유(柔)와 강(强). 그 차이의 미세함이 사람에게도 닿아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마당 앞 담벼락을 따라 할머니가 꽃밭을 꾸몄다. 연산홍과 진달레 참꽃, 검붉은 목단화...안쪽으로 수국 등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뽐낸다. 아무리 못나도 꽃은 꽃이다. 남편과 동행한 여자들도 오늘은 저마다 아름다운 꽃이다. 이 꽃과 나무들이 없었다면 얼마나 심심하고 무료한 시골 정경이었을까? 6.25 상이군인인 남편을 모시고, 집 앞 다섯 마지기 논농사로 다섯남매를 반듯..

산문 2020.05.06

녹차밭 체험

보성군 노동면 광곡리 탄곡마을. 찾아가는 길이 첩첩산중이다. 팔십 넘은 모친만 홀로 지키는 고향이라 농사짓지 말라고 아들은 녹차밭을 만들었다고 한다. 어린이 날을 기해 우전 잎을 따게 해 주겠다며 고향의 녹차밭으로 이끈 이는 환갑이 지난 교회 담임목사님이시다. 아버지가 물려준 낮으막한 야산의 땅을 녹차밭으로 꾸몄으니 그는 어엿한 농업경영인이다. 나이 드신 모친은 국가보훈연금으로 자립생활을 하고, 그는 농업경영 지원금을 국가로부터 받는다지만,보아하니 농사는 흉내만 낼 뿐이다. 녹차밭을 에워싼 대나무 숲이 그래서 마차 위장막처럼 보인다. 죽순이 솟아나기엔 아직 때가 이르다. 아내는 새순이 오른 찻잎을 따고, 나는 낫을 들고 차나무에 섞인 잡목을 제거하느라 열심히 땀을 쏟았다. 어쨋거나 젊은 이장을 빼곤 온통..

산문 2020.05.06

묵정밭

나주시 왕곡면, 교회 뒷편 배나무 밭이다. 코로나 19 로 교회를 나갈 수 없어 제 멋대로 피던 하얀 배꽃을 올해는 볼 여가가 없었다. 열매를 맺든 말든 아무로 돌보지 않는 묵정밭의 그늘이 오늘도 여전히 부럽다. 나무가지에 요람을 걸어놓고 낮잠이라도 한숨 푹 잤으면 싶다. 그래도 해는 서녘에 걸려, 코로나 19나 김정은 둘 중에 누가 죽든 봄날은 지지 않을 것이다.

산문 2020.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