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211

영산강 발원지 용소( 龍沼)

21. 11. 28. 영산강의 발원지로 국토부에서 공식 지정된 담양군 가마골의 생태공원에 있는 용소를 찾았다. 계곡을 따라 전개되는 접근로가 인적이 드물어서 그런지 기가 막혔다. 아베크족들이 걸었다면 천국이 부럽지 않을 것 같았다. 용추계곡은 용이 피를 토하고 죽었다는 '피잣골'로도 불린다. 영산강의 발원지로 자주 거론되었던 광주 황룡강이나 이와 합수되는 극락강(송정리 비행장 남쪽)이 담양군 용추계곡의 용소에 밀린 것은,개천이 섭렵하는 유역이 길고 방대하기 때문이다. 내친 김에 , 담양군 대전면 등 3개 면을 아우르는 하천습지 또한 강 상류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습지보호구역이므로 찾아 가볼만 한 곳이다.

산문 2022.01.04

11월의 기도

살아계셔서 오늘도 우리의 삶속에 말없이 역사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나의 생명 되신 그 사랑에 감사하며 주님 앞에 나아왔습니다. 이 시간 성령 하나님 함께 하옵시며, 온 맘과 뜻을 다하여 드리는 저희들의 예배와 찬양을 주님 기쁘게 받아주시옵소서. 주님, 추수감사절이 눈앞에 닥쳤습니다. 추수가 끝난 빈 들판에서는 저마다 심은대로 거두니라, 낙엽이 떨어진 나무에서는 가을이 깊었으니 이제 겨울을 준비해라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저희들이 맺은 열매를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부끄럽기만 합니다. 돌이켜 보면 때를 따라 이루시는 하나님의 뜻이 아닌 모두 저희들의 생각과 계획만으로 살았음을 고백합니다. 농부들의 진실된 땀과 눈물은 보지 않고 오직 그 열매만 탐하지는 않았는지요. 행여, 자기의..

산문 2021.11.15

멍수등대 (영산강 제1경)

전남 무안군 일로읍구정리 둑방 멍수등대. 영산강 8경 중 1경이라는 이곳 주소만 들고 일로읍 구정리를 찾았다. 멍수등대로 가는 표지판도 없는 허허들판,간척지로 보이는 논들이 망망한 길을 달려. 마을인가 싶어 차를 세우니 구정리(九井里)다. 노인정 앞 벽에 마을의 역사를 적어놓았다. 입향시조가 전주 최씨 최희창(1597년.정유재란)이시다. 지금은 구정.두무동,숯굴 3개 마을로 이루어져 있단다. 동네 노인에게 등대를 물으니 저 앞(강쪽)으로 가면 보인다고 했다. 말은 참 수월했지만 여전히 막연했다. 둑방이라...아무튼 저 강둑에 올라가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과연, 앞서 주소의 둑방이란 자전거길을 만든 바로 영산강의 최남단 하구언 강둑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강의 둔덕 암초 위에 빨강색을 입은 타원형 철근콘크..

산문 2021.11.08

소설-아버지의 바다- 발문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바다의 깊이 -김부상의 「아버지의 바다」 - 정 형 남(소설가) 소설가 김부상은 부친께서 거제도 앞바다에서 멸치어장을 한 관계로 어머니의 품속에서부터 미지의 드넓은 바다를 꿈꾸어 왔다. 그 꿈은 성장기에 이르러 현실로 감아올려 미지의 바다로 나아갔다. 이번에 상재한 「아버지의 바다」는 우리나라 바다소설의 근원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 수작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해양소설은, 개인적인 견해지만, 원양어선상의 선원들과의 갈등구조 내지는 개개인의 신상에 관한 회고, 만선의 기대와 좌절, 그리고 역사인식에 대한 부재 등등 바다소설을 일구어낸 1세대들의 소설구도를 답습한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하여 바다소설의 보다 진일보한 범세계적인 발전적 자기반성과 역사인식이 있어야겠다는 아쉬움과..

산문 2021.09.28

소설- 아버지의 바다- 작가후기

「 작가후기 」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10여 년 전부터 머릿속에 그려왔던 실화를 소재로 하여 꾸민 이야기다. 그러므로 역사적 사실(실명)과 허구(가명)가 뒤섞인 소설이다. 작중 주인공으로 내세운 일수(逸壽)는 작가가 꾸며낸 가공인물이므로 이 점 실제인물과 혼동이 없기를 또한 밝히는 바이다. 1963년 12월 30일,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참치조업선 「지남2호」의 조난사고는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 원양어선으로서는 최초의 대형 해난사고였다. 그리고 표류중인 선원들을 구출하려고 인근의 섬으로 헤엄쳐간 4명 중 단 2명만 살아남은 한국원양어업사의 전무후무한 전설 같은 이야기다. 주인공인 일수의 모델은 실존인물인 문인리(文仁理,81세)씨며 나와는 40년 이상의 세월을 함께 한 고향 선배이자 대학(釜山水大) 선..

산문 2021.09.28

농촌일기-둘째날

중학생 키만한 산언덕을 넘어 이웃 마을인 송촌부락에 닿았다. 같은 날 태어났다는 송아지 두 마리와 어미소들이 선한 눈빛으로 손님을 반겼다. 채소작물이 웃자란 밭에 우뚝 선 한그루 무궁화나무. 천연스럽기 짝이 없다. 오가는 길에 가족묘들이 허다이 누워 길손을 맞는다. 봉분대신 평석을 깐 것은 최근에 조성한 묘일 것이고 붉은 흙이 드러난 곳은 여름끝에 벌초를 마친 곳이리라. 밀양 박씨 아버지와 김해 김씨 어머니가 이룬 가족묘이다. 길가에도 밭에도 무덤을 쓰는 것을 보면 돌담밭에 무덤을 쓰던 제주도 사람들이 떠올랐다. 땅의 넓고 좁음의 차이를 떠나, 이런 모습은 집 마당에 무덤을 쓰는 사모아 토인들의 풍습과도 많이 닮았다. 이 모두 망자의 영혼은 산 자의 곁에 머문다는 믿음때문이다. 탱자나무가 주렁주렁 달린 ..

산문 2021.08.30

농촌일기- 첫날

8월 27일, 게릴라성 소나기가 퍼붓던 날 시골 마을로 이사를 왔다. 나주시 다시면 신석리에 새집을 지은 터였다. 다음날 이른 아침 마을을 누비며 산책길에 나섰다. 온통 녹색의 물결에 몸과 마음이 싱그럽다. 문득 마주친 울타리에서 줄지어 선 하얀 무궁화가 눈을 사로잡았다. 이삭이 돋아난 벼논이 저 지평선 끝 강가에 이르도록 들을 이룬다. 마소가 이끄는 논두렁 길은 아니지만 이 한적한 길을 따라 영산강의 둔치까지 걷고 싶다. 이 아침, 녹색의 맑은 공기를 마시면 보약이 따로 필요없겠다.

산문 2021.08.30

나주 전통가옥

전라남도 문화재 158호로 지정된 나주시 송월동 소재 최석기(崔奭基) 가옥이다. 구한말 참봉을 지낸 최승환이 1905년에 지었다는 전통가옥이다. 전면 7칸의 정동향 팔작지붕인 안채를 비롯 사랑채와 중문 왼쪽의 문간채로 구성된 나주 상류층의 전형적인 가옥으로 지금껏 보존되고 있다. 이 전통가옥이 최근 다른 사람에게 팔려 문간채에서 20여 년을 살던 부부가 갑자기 집을 비우게 되었단다. 그 부부가 오래된 골동품이 몇 점 있으니,버리느니 맘에 들면 주워가라고 해서 그가 사는 집을 찾았다. 새 주인이 이 문화재를 장차 어떻게 꾸밀지는 알 수 없으나, 재산이라고 집을 판 후손이나 문간채의 장독같은 세간들이나 내 눈에는 죄 버려야할 것들이었다.

산문 2021.08.07

씨알농원-2

풍류담 모임 회장 김칠선님은 당분간 독재를 하시겠단다. 회장으로 애초 검증도 안 된 터에 자칫 시비를 걸었다간 날아가던 새가 내 얼굴에 똥을 쌀 것이다. 옆에 앉은 이가 송수권 시문학상을 수상한 농부 송만철 시인이다. 노래가 시보다 더 구성지고 끝이 없다는데 오늘 같이 밤을 샐지 의문이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궤적을 '물결'이라 풀었다. 목포의 최기종 시인은 이날 '목포,에말이요'란 시집을 건넸다. 에말이요란 내 말 좀 들어보라는 말이란다. 본을 물으니 탐진 최씨라 해서 '표해록'을 남긴 최부 선생을 나랑 합창하며 술잔을 부딪혔다. 평소 말수가 적은 시인이라 생각했는데 오늘은 노래까지 들고 좌중을 휘저었다. 시집을 내는 것이 며느리가 아이 낳는 일보다 기쁘나 보다. 오후 3시 무렵에 시작된 회식이..

산문 2021.07.05

씨알농원-1

지난 6월 12일. 보성군 노동면 소재 '씨알농원'에 풍류당이 모였다. 코로나 19의 횡포로 1년 넘게 공식 모임을 자제한 끝에 공기 맑은 산속으로 우리를 부른 것은 두 시인의 시집출판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4만 여 평의 야산을 수목원과 차밭 등으로 가꾼 농원의 주인은 40년 이상 이곳 노동면에서 농사일에 투신해온 농민운동가 최영추 (70세)씨였다. 나이를 따져보니 그가 형님이었다. 그의 일생이 내겐 형님 그 자체였다. 수목원을 이루는 1,000 여 그루의 樹種 중 절반 이상이 바람에 날려온 야생종이란다. 산수국의 소박하면서도 청초한 잎사귀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 옆에선 산목련도 여태 하얀 잎사귀들을 품고 있었다. 곧 완성될 다시면의 내 집터에 이 목련과 수국을 한 그루씩 옮겨 심어야겠다고 속으로 욕심..

산문 2021.07.05